나의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상대적 풍요와 누림이 마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공허함과

육신의 상처는 겨울의 터널에서 우울증을 놓지 못하는 과정일 수도 있었다.

어떤 의욕도 동기부여도 먼 곳의 깃발처럼 흔들리고

봄날의 희망은 마음뿐 자꾸 몸도 마음도 가라앉는다.

그래도 길을 나서면

어디에선가 열심히 사는 사람 모습을 볼 수 있고

사는 모습의 평균치는 그만 그만하다는 것 때문에 너무 자괴하지 말고

감사해하며 살자는 위안, 그날도 그렇게 도반을 찾아 나섰는지도 모른다.

산골짜기 토굴에 늙은 모자가 사는 집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단 두집만이 있는 산골.

그 모자가 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선물을 항상 전하고 도반 토굴을 오르게 되는데 그날은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공원 상가에서 해결하고자 일행과 도반이 차를 타고 내려 오는데 할머니가 토굴을 향해 걸어 오고 있다가 마주쳤다. 좁은 길에 차 문짝도 못 열고 운동 나오셨나 의아해 하는데 도반과 나에게 설날 용채라 봉투 두 개를 들고 차안으로 주시는데 조금 먹먹했다.

맨날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자기 성의이니 안받으면 안된다고 실랑이를 하기가 뭐해서 휑하니 내려와 점심 먹고 주변 사찰 참배하고 다시 도반 모셔 주고 백락사로 돌아 왔다.

그 봉투에 그날의 날짜를 쓰고 고이 금고에 넣으면서

황송하고 송구한 대접에 나의 마음씀도 그러한지 두렵고 죄송한 마음 두고두고 새겨야 하는 마음 봉투에 담았다.

어머님 늙어 요양원에 모셨다가 너무 의기소침한 모습 때문에 산골을 모셔와 농사도 짓고 국립공원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막내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일하다가 어머님 3일만 간호하고 가야지했다가 그냥 눌러 앉아 깊은 산에 두분이 사신다는 이야기 듣고는 나의 어머님이 생각나고 그립다.

자식 하나 잘되라고 기도하고 기도했던 그어머님 때문에도 이 길위에서 만나는 늙은 모자의 삶은 내 삶인 것처럼 애잔하다.

아직도 겨울인데 관리기를 돌리고 아궁이에 넣을 나무를 하는 이곳 풍경이

내 삶에 대한 반성으로 희망을 가져 본다.

아주 오래동안 봉투에 새겨진 할머니의 마음 때문에 나는 용기를 내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 같은 만남 때문에 가끔은 그 길을 나서게 될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오는 늙은 모자의 발걸음이 안타까워 바라만 봤던 기억이,

두분의 마주함으로 행복한 시간이 오래 주어지길 기도하며 우리들의 삶이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모두 소중하다는 것, 봉투처럼 기억할 것이다.

당신의 삶도 소중하기를 기도한다.

         2024.2.26. 원주 치악산을 다녀와서